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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중국산 평창 기념인형'에 마음 찢어지는 까닭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12 18:07:01

[프라임경제] 중국과의 사드 갈등 여파가 좀처럼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데요. 곧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한 전환점이 될지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보는 요즈음입니다.

이런 와중에 섬뜩한 중국 언론보도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것에 호기심을 느껴 기사 원문을 찾아낸 다음 포털 번역 등과 주변인 활용으로 대강의 뜻을 살폈는데요. 

지난 9월 중국 청년보(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찍어내는 기관지)가 '看过平昌冬奥会吉祥物上这几个字,韩国有人玻璃心了…'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입니다. 제목을 단순 번역하면 '평창올림픽회 기념물을 보고, 한국에선 마음 찢어지는 사람 있겠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 중국 청년보

문제는 비비 꼬인 제목이 아니라, 글의 비약적인 논리 전개 구조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기사는 우리나라에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의 기념품 중 상당수가 중국제라고 도입부를 시작하면서 '비단 인형이나 배지 같은 단순한 물건만 중국산이겠느냐'부터 중국의 산업 발전 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다만, 중국과 한국의 산업 격차는 이제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수준까지 거창하게 사고를 확장하면서 경쟁심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형 하나로 시작해 맹렬하게 경쟁과 대결을 부르짖는 구조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왜 하필 국가적 경사인 평창올림픽에 중국제 인형이 끼어들어 이런 사달을 내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곰(반다비라는 마스코트입니다)과 호랑이(수호랑이라고 부릅니다)의 인형이 꼭 중국제인지 여부입니다. 평창올림픽 기념 배지를 생산하는 '호나브'라는 기업은 이론의 여지없이 중국 회사가 맞습니다만, 기념 마스코트 인형을 생산하는 '드림토이'는 한국 기업인데 공장은 중국 칭따오에 있는 경우거든요.

▲엘롯데에서 판매 중인 평창올림픽 기념품 세트. 이 인형들은 중국산이다. ⓒ 엘롯데

물론 '한국 업체의 생산 이익을 (그곳에 근무하는) 중국 사람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는 자체'도 그리 유쾌한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우리와 중국의 생산과 교류, 무역 등 상호작용을 완전히 도외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정도는 애교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바로 '인공위성부터 곰인형까지' 모든 걸 만들어내는 중국, 우리에게 사소한 것으로 집요하게 보복하려 드는 중국이 더 이상 선린(좋은 이웃)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곰인형 몇 개 수출하면서 올림픽을 대신 다 치러주는 양, 이제 한국의 모든 걸 다 따라잡은 양 대단한 경쟁심리를 표출하는 기사를 내는 중국과 우리도 사실 다르지 않은 불편한 마음을 가진 셈이죠.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달 7일 '한·중 산업협력의 재점검'을 주제로 열린 제25회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2025년까지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한국 추월에 성공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정 교수는 "(이제는) 혁신형 경제체제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 어차피 "전통산업에서는 중국과의 격차가 급속히 축소됐으며 신전략산업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사고의 전환'을 제언한 것이죠.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松茂柏悅)"고 해 이웃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을 중시했다고 합니다. 중국도 우리도 경제적 라이벌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저런 사고의 전환에 각자 나서야겠지만, 사드 보복 같은 좀 치졸한 일은 먼저 전향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이면 실마리 풀기가 더 쉬울 겁니다.

올림픽 기념품이 이웃나라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은근히 기분 나빠하는 우리나라, 그런 한국이 마음 찢어지는 사연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아전인수하는 중국의 모습 대신 서로 '송무백열'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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