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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평창 인면조, 낯선 역사 아이템의 재등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12 11:03:33

[프라임경제] "왜, 귀신 나올 것 같으냐?"
"내, 꼭 '해리 포터' 무대 같아요."
"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 같아 보여요."

아뿔싸! 내가 이런 중생들에게 한국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니. 하긴 난들 그 애들 시절에 무엇이 달랐겠는가? 이런 것은 다 미신이나 타파의 대상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고, 실제로 와보면 민속이니 무속이니 하는 말로 학술적으로 치장하지만 온통 황당한 설화 아니면 귀신 나올 소리고 나뭇가지마다 너절하게 걸어 놓은 것이 너무 어지럽다고만 생각했다. 그 깊은 뜻을 헤아려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훨씬 나이 들어서의 일이다(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7권 제주편, '와흘 본향당' 부분).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진행 중인데요. 개막식에서 등장한 '인면조'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다, 기괴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는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인면조. 하얀 얼굴이 일본 가부키 분장을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뉴스1

논쟁과 그 이후의 열기를 종합해 보면, 이 인면조를 처음 보고 일본 가부키에 나오는 흰 얼굴 분장을 연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흰 분장이 오해를 샀든 어쨌든 모티브 자체는 고구려 등 우리 전통의 인면조 개념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면조 이래 서양에서는 사람 얼굴을 한 새를 불길한 징조로 봤지만, 고구려 등 우리 신화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반대 의미가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아, 저것은 삼국시대 문양'이라고 떠올린 이들 대비 서양 신화의 하피나 일본 분장을 먼저 떠올린 이들이 많다는 점은 유홍준 교수가 제주 와흘 본향당(소원을 비는 사당)에서 소개한 일화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쯤 되면 이게 '상식'이나 '교양'의 차원을 넘어선 다른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의 토속적인 신앙 장소, 그 신화적인 분위기를 외국 영화 등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진 않더라도 엄연한 현실이자 주류가 됐음을 드러내는 본향단 일화가 이번 평창 인면조 감상에서도 드러난 것인데요.

그런 점에서는 낯선 아이템을 계속 발굴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드러내 다시 문화 요소로 생명력을 다시 불어 넣는 작업이 대단히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고구려 문화와의 연계성을 들어 이번 인면조 등장을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거나 그렇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너무 앞서 나간 해석인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억이 희미해진 문화 아이템을 찾아내 이렇게 연결지어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또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이란 것들 중 상당 부분은 국가나 특정 목적을 가진 정치집단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후대에 만든 경우가 많다고 에릭 홉스본이 '만들어진 전통'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신의 기틀인 것처럼 회자되는 무사도 조차도, 이노우에 데쓰지로라는 학자가 서양에 자랑할 목적으로 책을 쓰며 정리해 내면서 비로소 창조되다시피 한 것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인면조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 고구려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춤추고 있다. ⓒ 뉴스1

인면조가 과연 이번에 화제가 되고 끝날지, 아니면 두고두고 만들어진 전통으로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늘과 인간 세상을 신성한 까마귀인 '삼족오'가 이미 더 잘 알려져 있어서 인면조를 만들어진 전통으로 활용하기엔 좀 어렵지 않을까,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설사 인면조가 삼족오와 또다른 동북공정 대비 상징으로 활용된다 해도 그건 또 나름의 문화 현상으로 보고 지나친 국수주의 같은 폐단을 보면 될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인면조를 전부터 알았느냐 몰랐느냐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등을 놓고 다투거나 앞으로의 활용성(?) 등 심오한 해석을 하는 건 접어두고, 일단은 보면 볼수록 심오한 아이템이 우리 역사에 무궁무진하고 그걸 관심을 갖고 찾아내 같이 이야기하는 작업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게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요? 

5000년 문화민족이 우리 아이템에서 외국의 그것을 먼저 연상하는 아이러니는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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