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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진실의 파편' 검찰서 밝혀라"

서어리 기자 '기사 비판' 달게 받아야…정황 판례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13 14:47:44

[프라임경제] 호사가들의 입방아 소재로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전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권력형 미투 피해자 혹은 부적절한 성접촉 피해자들의 문제제기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혹 대상자의 갈등은 제3자가 보기에 그저 흥미로울 수 있으나 사회 전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탄식을 낳는다.

그런 와중에도 진보매체 '프레시안'과 '강골 봉도사' 정봉주 전 의원의 성 추문 공방전은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MB 의혹'을 강렬하게 공격하다 옥살이까지 했던 정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복권 처리로 정치적으로 부활한 바 있다.

이 기회를 살려 '서울시장 선거'라는 신호탄을 막 쏘려던 참이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는 대신 소수 직원으로 밀도높은 기사를 쓴다는 세평을 얻어온 프레시안도 이번 갈등으로 '소설 논란'이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매장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언론학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상처를 줄이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미봉책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물론 그렇다. 더욱이, 이번 사안의 경우 특히 지고 이기는 결론은 어떻게든 나겠지만, 상황은 완전히 100:0 제로섬으로 나기 이미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전체 그림'을 양자가 그리든 혹은 제3의 기구에 완전히 맡기든, 명확히 그려 상처를 줄이고 잘·잘못을 겸허히 대중들에게 알리고 평가를 구할 책무가 있다.  

일몰시간, 천문대에 물어볼까? 논란 치열한 이유   

형사사건에서는 특별법 적용 문제 등으로 '일몰 이후' 등이 논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형사법 시간에 "그날 어느 지역 해가 몇 시에 졌는지는 천문대에 물어보면 된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을 가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풍경 감상 등에 참조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국립천문대 홈페이지에서 일몰 시간 등을 알려준다는 게 '여행상식'처럼 돼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안타까운 논쟁은 바로 '시간 특정 싸움'이다. 해가 진 시간을 정황 증거로 삼아야 하는 정 전 의원의 안타까움이 지난번 국회 해명에서 짙게 더욱이 유력하게 등장했다.

12일 해명에서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의 기사에서는 A씨가 저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일시가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고, 그나마도 자꾸 변경돼 도대체 언제 성추행이 있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억울함을 피력했다.

다만 그는 "가장 마지막 기사를 기준으로 종합하면 사건이 있었던 일자는 2011년 12월23일이고, 이때 제가 차를 마시자고 했다고 보도됐으므로, 프레시안이 말하는 사건 일시는 렉싱턴 호텔 레스토랑에서 티타임시간으로 운영하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MB 저격수로 유명한 정봉주 전 의원이 이번에는 추행 논란으로 다시 정치적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만기출소 당시 모습. ⓒ 뉴스1

이후 "티타임 시간은 렉싱턴 호텔 직원 진00에게 확인했다"면서 "특히 기사에서 A씨가 당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나가 일산 친구집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해가 다 저문 상태'라 한 만큼 호텔에서 일산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약 1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을 고려하면, 프레시안 기사가 언급하는 시간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가 확실해보인다"고 말했다.

바로 이 시간대에 정 전 의원은 방문을 하지 않았다며 알리바이를 대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이 시간대 추정을 기반으로 23일 오후 2시30분경 홍대 인근에서 명진스님을 만나 늦은 오후까지 대화(사진 존재 주장), 이후 민변 변호사들 접촉, 노모 쓰러져 병원 이동 등의 정황을 제시했다.

반격이 다시 피해자, 그리고 정 전 의원의 지인로부터 나왔다. 피해자 A씨는 시간 추정과 자세한 알리바이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A씨는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가량 늦어졌기에 기다리라는 문자가 계속 왔었고, 실제 장소에서 만나 사건이 발생해 그 장소에서 제가 먼저 빠져나오기까지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세부적인 추정치 역산만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틈새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렉싱턴 호텔행 여부 그 자체를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공격도 제기한다.

네티즌 '민국파'(이하 B씨)의 증언도 A씨 공세에 신빙성을 더한다.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카페지기로 활동했던 지지자 B씨는 23일 방문설의 핵심 고리로 새롭게 떠올랐다. 매일 수행하다시피 했다는 그의 주장을 두고 신빙성 공방전도 치열하다.

B씨는 당시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 상태여서 매일 붙어있다시피 하는 게 가능했다며 "정 전 의원 스스로 이런 기자회견문을 냈으면서 24일에는 등장하는 사람(B씨)이 23일에는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이 오히려 황당하다"고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반박 중이다.

서어리 기자 '기사비판' 달게 받아야, 다만 '정황' 판례는?

정 전 의원의 불만에 애처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일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있었다고 입증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정 전 의원은 참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사 표현이 왔다갔다 한다는 게 방어자 측에서는 큰 어려움이다. 프레시안 주변에서도 문제 의식이 감지된다. "주주총회에 해당 기자가 출석해 문제 해명을 하라"는 주주 요구가 제기된 바 있다.

문제점에 대해 기사의 자료 확보와 확인, 글의 작성 및 마감에서 가장 잘 아는 이는 해당 기자다. 따라서 왜 진술이 오락가락하느냐는 식으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오롯이 기자 그 다음에 결재 라인에서도 회고해볼 문제다. 법적인 책임에서 회사, 국장 혹은 기자가 병렬로 서느냐와 다른 직업도의적 문제다.

다만, 이는 정 전 의원이 지적하듯 진술이 엇갈리면서 1~4차례 기사가 쏟아진(정 전 의원이 12일 기자회견 당시 짚은 때의 기사까지) 상황에서 지나치게 폭주한 게 아니냐는 부분으로 한정돼야 할 것이다.

다소 오락가락하는 표현이 성문제 혹은 여타 범죄 논란에서 '전혀' 사용돼서는 안 되는지 혹은 그러면 전혀 신빙성이 사라지는 게 마땅한지 아울러 그런 식의 문제를 다룬 다소 완벽하지 못한 기사가 휴지조각에 불과한지까지를 모두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진술이 모호하거나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범죄 판단에서 이런 문제를 판가름해 실체적 진실에 가깝게 진술을 가다듬어 받아들이거나, 정황으로 세부 문제에서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정황으로 바로잡는 것이 판례 등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이유다.

타박상 진단을 첨부해 현역 군인을 '강간치상'으로 고소한 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은 모두 피해자의 정황 신빙성이 낮다 판단하고, 대신 범죄자로 지목된 군인 C씨가 제출한 그 동안 피해자 측과 다양하게 주고받은 메시지 등 연락 정황 증거를 인정해 '강제성 없음'으로 판단했다.

'노래연습장에서 음주가무 중 휘청이는 동료를 부축한 경우 강제추행이 성립하느냐 다툰 사안에서 무혐의 판정(수사기관 단계에서 아예 죄가 안 된다며 종결)이 난 예가 있다'고 소개하는 변호사도 있다.

그는 스치거나 움켜쥐는 등 행위가 있다고 모두 유죄라고 볼 게 아니라 "'인과관계'에 따라 법률적 판단을 진척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형사 사건 외에 상사 분야 등에서도 정황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음주 사고를 낸 경우 보험사 면책(보상 거부) 여부를 다툰 사례에서 정황증거만으로 '혈중 알콜농도 0.05% 이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짚는 판결을 내렸다.

사고 후 도주 경로, 블랙박스에 녹음된 운전자의 발음 불분명 정도 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는 음주를 한 것까지만 알아낼 수 있을 뿐이지, 알콜지수 퍼센트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법원에서 '전체적이고 상식적인 큰 그림'을 더 중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사안도 시 혹은 더 나아가 분 단위까지의 추정이라는 디테일 다툼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체 그림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찰 간부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이 완전히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라 사실 관계 여부에 따라 제보자 또는 고발자, 미투 고발한 분과 정 전 의원 두 분 중에 한 분이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표하며 수사기관에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객관적 타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서로 이런 치명상을 입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림의 일단 정황상의 대강 윤곽 파악을 할 필요가 있다. '전혀 호텔에 간 적이 없는지'를 먼저 따지고 그 다음에 전면전으로 가자는 절충안은 그런 점에서 어중간하다는 한계에도 나름의 존재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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