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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지멘스 사건 100년 후, 곤이 던진 일본 검찰 불공정 이슈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1.09 12:46:26

[프라임경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의 대탈주극이 화제입니다. 일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레바논으로 도망친 것이지요. 지난 연말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은 이제 드라마틱한 탈출극에서 사법체제 비판 이슈로 방점이 옮겨가는 상황입니다.

곤 전 회장이 일본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해 엄청나게 강한 비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자신을 압박했다는 점, 이런 무리수는 닛산이 르노의 영향력(혹은 간섭)이 일본에 미치지 못하도록 자신을 제거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정면 거론한 것이지요. 그는 여기에 검찰이 기소하면 99%쯤 유죄 판단을 내려주는 일본 법원의 태도까지도 에둘러 모두 비판 대상으로 도마에 함께 올렸습니다.

르노 측에서는 일본 닛산차 지분을 사들였고, 곤 전 회장은 아예 르노와 닛산 합병 처리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닛산차 내부에서 '적자로 어려워진 회사를 사들여 회생시켜 준 건 고맙지만 이런 건 원치 않는다'며 자국 검찰과 손잡고 경영상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를 대형 비리로 키워 곤 전 회장을 쳐내려 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돌았죠.   

선진국 검찰로서는 대단히 치욕스러운 청부 수사 의혹인 셈인데요. 일본 검찰이 이런 논란에 민감해 하면서, 공정성의 대명사 일본 검찰이 과연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는 건지 실제로 문제를 빚어서 글로벌 기준에서 비판을 정당하게 받고 있는 건지 이번 사건은 아무래도 오래 회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거의 100년 전 일본 검찰이 수사한 사건 하나가 떠오릅니다. 곤 전 회장 이슈와의 유사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바로 1913년 10월 터진 '지멘스 사건'입니다. 네, 기계로 유명한 그 독일의 지멘스가 맞습니다.

일본 해군이 함정 등에 사용되는 엔진 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 즉 뇌물을 챙겼다는 의혹이었죠. 지멘스 사건에 관련된 해군 장교 및 관련 인물들의 조사가 진행되자, 당시 개국과 유신 이후 목소리가 커졌던 군 그리고 그 군 뒤의 유신 공로자들까지 함께 싸잡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또, 글로벌 기업이 관련된 이슈이고 경제 이슈니까 좀 조심해서 수사와 재판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요. 하지만 일본 검찰에서는 이런저런 점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률 논리대로 수사해 재판에 회부, 많은 위법 관련자들을 단죄했습니다.

지멘스 사건 이후 일본 검찰의 자존심이 이번 사안에 따라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해도 그래서 과언이 아닌 것이죠. 곤 전 회장이 거론한 논란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 일본은 100여년 전 공정한 수사로 글로벌 기업 관련 비리도 엄중히 밝혀내고 자국 기준으로 정의를 세울 수 있었던 나라에서, 자기네 경제 논리에 따라 수사를 청부하고 기획하고 재판이 꼭두각시극처럼 치러지는 나라로 전락하게 됩니다.

경제 강국 일본, 그리고 선진국 일본의 자존심과 이해관계가 묘하게 얽혀있는 쉽지 않은 이슈입니다. 그럴 수록에 지난날 지멘스 사건의 일본 검찰식 쾌도난마가 더욱 돌이켜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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